"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경제학의 대부 애덤 스미스가 세금의 기본 원칙을 간결하게 표현한 문장입니다. 하지만 이 원칙이 현실에서 모두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2022년 기준으로 한국의 근로소득세 면세자(각종 공제 영향으로 결정세액이 '0원'인 근로소득자)의 비율은 전체 근로소득자의 33.6%에 달합니다. 이는 영국 5.9%(2014년), 일본 15.1%(2020년), 호주 15.5%(2018년), 미국 31.5%(2019년) 등 해외 주요국들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높은 수치에 해당합니다.
반면 근로소득 상위 1%가 납부한 소득세는 전체 결정세액(59조 1568억원)의 31.2%(18조 4711억원)에 이르고 있어, 상위 1%가 전체 근로소득세의 30% 넘게 부담하고 있는 것입니다.
근로소득세와 종합소득세를 합친 '통합소득세'로 보면 이러한 쏠림 현상은 더욱 두드러집니다.
2018년 기준으로 소득 상위 1%가 전체 통합소득세의 41.6%를 납부했습니다. 또한 대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가진 한국 특성상 법인 상위 1% 기업은 전체 법인세의 78.4%를 부담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세금 구조만 놓고 보면, 현재 한국은 부자들이 나라 살림을 책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모두가 조금씩 낸다'는 기본적인 공평과세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상황이죠.
이런 상황속에서 우려스러운 부분은 우리나라 "고액 자산가 순유출"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고액 자산가 순유출"이란 유동성 자산 100만 달러(약 14억 원) 이상을 보유한 개인이 6개월 이상 타국에 체류하는 경우를 말하는데, 한국은 올해 1200명으로 중국, 영국, 인도에 이어 세계 4위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는 2022년 400명에서 2023년 800명으로 두배가 되며 7위로 올라섰고, 올해는 다시 50% 증가하며 역대 최대치를 갱신한 것입니다.
이 같은 현상의 주요 원인으로는 ▲고소득자에 대한 높은 과세표준 ▲25년째 동결된 상속세 공제액 ▲다주택자에 대한 취득 누진세 ▲부자에게 엄격한 사회 분위기 등 여러 요인들이 합쳐져 빚어낸 결과물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면, 부자 순유입이 높은 국가로는 아랍에미리트, 미국, 싱가포르 등이 있으며, 이들 국가는 상대적으로 낮은 소득세와 상속세 등 부자들에게 유리한 과세 정책을 통해 부유층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습니다.
한국처럼 부자 의존도가 높은 국가에서 이들 고소득자와 고액 자산가가 지속적으로 이탈할 경우, 현재 수준의 행정, 치안, 복지등의 사회시스템을 유지하기 어려워질 것은 명확한 미래입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기 보다는 오래도록 황금알을 낳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법안과 사회 분위기가 필요해 보이는 요즘입니다.